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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신범승 (32世) : 동서울대 명예교수, 화백>

 

"선비정신의 참을 찾아 우리 것을 아끼고 보존한 근세 택견의 전승자이며 현대 택견 중흥의 주역이신 인간문화재가 여기에 누워 있다"

 

충주시 함지못 옆 천주교 묘지에 이런 비문이 서 있고 그 곁에 부원군파 32세 송암松巖신한승辛漢承 1928~1987선생이 잠들어 있다. 충북 충주에서 해마다 세계의 무술인들이 모이게 되는 충주 세계무술대회와 송암배 전국 택견경연대회가 열리는 계기는 충주라는 곳에 신한승 선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선생은 1928년 경기도 고양군 한지면 하왕십리(지금은 서울시)에서 출생했다. 어려서는 경기도 연천군 삭녕면 천석지기의 부유한 가정에서 증조부 신재영의 영향을 받아 오늘의 택견을 접하게 되었다. 당시 증조부 신재영은 틈만 있으면 전통 분야의 모든 재사들을 초청하여 그들의 기예를 지켜보는 것을 즐겼다. 그 영향으로 신한승 선생은 5세부터 많은 재사들의 택견 기예를 보고 익히게 되었다. 그러나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택견을 중단, 근대 체육을 공부하였고 중학 졸업을 전후한 일제 말기 1944년 다시 연천으로 내려가 증조부와 같이 있던 택견꾼으로 부터 재차 택견을 익혀오던 중 해방을 맞았다.

그 후, 근대 올림픽 종목에 관심을 갖게 되어 레슬링 분야에서 국가 대표로서 1956년 호주 멜버른 올림픽에 출전하지만 꿈을 실현시키지는 못한다. 당시 얼마나 자기가 하고 싶은 운동에 열중이었느냐 하면 서울에서 가장 권위 있던 도장<한체>에 대학 졸업을 3번이나 했을 무려 15년간이나 다니며 자신을 불태웠으니 그를 지켜보는 부모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그 뒤 유도 사범으로 전향하여 제자를 가르쳤고 부친의 임지를 따라 충주에 정착하여 전국 곳곳을 찾아 누비며 또 다시 택견의 원형 찾기에 열중하였다.

그 당시는 택견이란 말도 생소하였고, 무술이란 매우 난폭하고 억센 것으로만 여기던 때라 사람 몸짓의 유연함을 살린 춤추는 듯 부드러운 택견을 이해하기란 어려운 상황이었다. 택견에 몰두하고 있는 그를 가족들마저 이해하지 못하였고, 주위의 무관심과 냉소를 외롭게 또 끈질기게 극복하면서 드디어 송암은 수벽치기의 몸짓을 재현시켰다. 

 1973년 10월 처음으로 충주에 택견전수도장을 개설하고, 1977년 4월 서울 YMCA체육관에서 제 1회 택견 발표회를 가졌으며, 1984년 6월30일 충주공고에서 인간문화재 지정 1주년 기념 택견 발표회를 가졌다. 

 우리의 전통 무술인 택견을 위해, 택견인이 해야 할 일은 전국에 흩어진 자료들을 수집하고, 택견의 원형정리와 재현, 기술 구조의 개발이라는 신념으로 20여 차례의 택견 발표회를 가진 송암은 1983년 국가로부터 최초의 무술 인간문화재 택견 제76호가 되었다.

2009년 충주를 중심으로 모든 택견인이 사단법인 한국택견협회 및 세계택견연맹으로 결속되었고, 금년에 공암배 택견 한마당이 충주호암체육관에서 8월 21일부터 22일까지 이틀간 열릴 예정으로 있다. 이 행사에 송암의 아우가 되는 필자 서양화가 놀숲 신범승 교수가 유화 1점을 <놀 숲상>으로 기증, 무제한급 우승지성인급에게 시상하기로 되어 있다.

스포츠와 미술이 만나는 아름다운 송암배 한마당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기로 하였으니 송암과 놀 숲 형제간의 또 다른 아름다운 이야기가 되리라. 

                                                                                                                              [대종보 제13호, 2010.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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