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동정
아흔의 노모가 지팡이를 내던지고 달려간 곳은 장남의 품속이었다. 매일같이 108배를 올려가며 그저 건강하기를 빌고 또 빌었던 아들이었다.“생살을 깎아 먹여도 아깝지 않다”던 노모의 아들은 얼마 전 연임소식을 전해온 반기문 UN 사무총장이다. 1년 만에 다시 아들의 얼굴을 매만졌다는 노모는 벌써부터 아들이 그립다.
반기문 UN 사무총장의 어머니 신현순 여사(90)를 만난 건 충북 충주시의 한 아파트 노인정에서였다. 연분홍 장미가 그려진 곱디고운 치마에 하얀 리넨 재킷을 차려입은 신 여사는 아흔이라는 나이가 무색하도록 정정한 모습이었다. 수많은 환영 인파에게“ 여러분의 따뜻한 성원에 힘입어 열심히 세계 평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한 반 총장은 모교 충주고등학교를 찾아 후배들을 만나기도 했다. 6일 간의 한국 방문일정을 마친 반 총장은 이날 다시 미국으로 떠났다.
불과 3일 전 아들을 부둥켜안은 노모는“그날이 꼭 꿈결 같았다”고 회상했다. 연임 이후 처음으로 고향 방문에 나선 아들을 만나기 위해 노모는 미리부터 행사장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학수고대 하던 아들이 들어서자 노모는 지팡이를 내던지고 얼른 아들을 얼싸안았다.“1년 만에 만났는데 너무 좋았지 뭐. 바빠서 제대로 얘기도 못 했어. 그저 건강해라. 끼니 잘 챙겨먹어라. 그러고 말았지.”모자간의 짧은 해후는 그것으로 끝이었지만 그
것은 차라리 한폭의 아름다운 수채화였다.
<2011년 12월 20일 대종보 제 17호 발췌>
언젠가 고산 윤선도선생의 후손들 몇백명의 사진을 몽타주했더니 곳ㄴ 선생의 모습과 같았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어머니 모습이 주변에서 많이 본 신씨 문중의 몽타주와도 닮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나름 강하면서도 후덕한, 저는 그 런 모습의 후손임이 자랑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