亂紅濃綠遍村村 난홍농록편촌촌
信馬平蕪雨後原 신마평무우후원
繞郭長川如故里 요곽장천여고리
倚山脩竹問誰園 의산수죽문수원
宦途幾見鞭先着 환도기견편선착
客路多慙席未溫 객로다참석미온
幸得餘閑欹午枕 행득여한기오침
隔林無數鷓鴣喧 격림무수자고훤 (東文選 卷15)
마을마다 붉은 꽃, 짙푸른 녹음
비온 뒤 넓은 들을 말 가는 대로
성을 두른 긴 내는 고향 마을 같은데
산 밑의 대 숲은 뉘 집의 동산인지.
벼슬길에서는 먼저 채찍을 잡지 못하면서
객지로만 다니니 자리가 따스할 틈이 없네.
요행 한가한 틈을 얻어 낮에 베개에 기댔더니
자고새가 건너 숲에서 수없이 지저귀네.
그가 경북 울진의 평해현에 벼슬할 때 그 곳의 경치와 자신의 처지를 표현한 칠언율시인데 원(元)운이다. 한가하고 평온한 평해현의 봄 경치와 관원의 여유로운 태도와 내면이 드러난다. 수련은 말 타고 둘러본 경내의 봄날 경치다. 말이 가는 대로 맡겨두고 여유롭게 봄날을 즐기고 있다. 함련에서 냇물과 대 숲을 느긋한 시선으로 훑어보면서 고향인양 정겹다고 했다. 객지에 벼슬살이 하면서도 푸근한 자세로 대상을 바라보고 있다. 경련은 자신의 처지를 돌아본 자의식을 대구로 표현한 것이다. ‘먼저 채찍을 잡는다.’라는 말은 동진의 조적(祖逖)에게 친구 유곤(劉琨)이 저보다 먼저 벼슬할까 두려워했다고 한 편지에서 온 말이다. 벼슬이 잘 오르지도 않고 지방관으로 돌아다니는 자신의 신세를 거기에 비겼다. 그리하여 미련에서 한가하게 낮잠을 청하다가 숲에서 우는 자고새 소리를 듣고 타향임을 깨우치면서, 자고새가 가지 못함을 한탄해 우짖듯이 자신도 어디론가 가야한다는 자각을 가진다는 것이다. 지방 한직을 떠도는 한탄의 암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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