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가문 문화유산 탐방
부용당芙蓉堂
금사직류만앵호 金梭織柳晩鶯呼 금북으로 버들 짜던 저녁 꾀꼬리가 불러
앵기서상객몽고 驚起西床客夢孤 놀라 깨니 서쪽 침상 나그네 꿈이 외롭다.
일삽하당산우가 一霎荷塘山雨過 잠깐 동안 연못에 산비가 지나가니
사간은죽변명주 乍看銀竹變明珠 은빛 대나무에 빛나는 구슬이 언뜻 보이네
《大東詩選 卷3》
이 시는 연못가 부용당의 경치를 읊은 칠언절구다. 그의 시집인 <백록유고白麓遺稿>에는 승구의“침상沈床”이“행랑廂”으로 되었다. 순간을 잡아내는 시인의 예리한 관찰력과 표현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기구는 꾀꼬리의 형용이다. 버드나무 가지 사이로 오가며 우는 꾀꼬리를 금으로 만든 북이 오가며 버들고리를 짜는 것으로, 꾀꼬리가 우는 것을 자신을 부르는 것으로 표현했다. 객지의 외로운 방에서 잠을 붙이다가 꾀꼬리 소리에 깨어난 모습이다. 전구는 잠깐 내린 부슬비다. 가랑비가 잠깐 연못가 부용당에 뿌리고 지나갔다. 그러나 부용당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말 뒤에 감춰둔 것이다. 의재언외意在言外, 뜻은 말 밖에 있는 것이다. 결구는 대나무 잎에 반짝이는 빗방울이다. 대나무가 비를 맞아 은빛으로 빛나고 댓잎에 알알이 맺힌 빗방울은 마치 밝은 구슬같이 반짝인다는 것이다. 암유를 통한 참신한 묘사다.